2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아트홀에서 첫 내한 연주회를 가진 프랑스 피아니스트 올리비에 카잘은 재즈로부터 영향을 받거나, 재즈적인 음악어법으로 작곡된 곡만으로 연주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카잘의 경력중 주목이 가는 것은 10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콩쿠르에 도전했다는 것인데 (국제적인 피아노 콩쿠르인 부조니, 롱 티보 콩쿠르 등에서 1위를 차지) 콩쿠르에서 상위입상을 했어도 연주자로서 아쉬운 점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까잘은 열정, 테크닉, 힘, 섬세함, 음악성 등을 두루 갖춘, 보기 드문 피아니스트였다.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나 피아노 독주를 위한 ‘거쉬인의 3개의 노래에 의한 변주곡’(얼 와일드 편곡)에서는 재즈적인 즐거움과 기교적인 비르투오시티(거장성)를 동시에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며,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의 혼’에서는 깊고 어두운 정감의 섬세한 표현과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열정적인 타건을 동시에 들을 수 있었다.
볼콤의 ‘폴터 가이스트’와 앨드리지·그레인저의 ‘다호메이에서’ 연주에서도 기존의 클래식 어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우면서도 화려하고 즐거운 피아노 음악어법을 만끽할 수 있었고, ‘폴터 가이스트’를 연주할 때는 연주도중 청중의 화답을 이끌어내는 미소를 띄우기도 했는데, 그 모습은 마치 덩치 큰 악동처럼 보였다.
첫 내한 연주 프로그램으로 재즈음악의 토속적인 흥취와 피아노의 비르투오시티를 맛볼 수 있는 근현대곡을 선보인 올리비에 카잘. 진정한 ‘전문 연주가’를 만나는 것은 역시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