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두 딸 ‘뮬란’과 ‘포카혼타스’. 95년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가운데 처음으로 백인이 아닌 인디언 처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포카혼타스’에 이어 중국의 평범한 소녀가 주인공인 ‘뮬란’이 다음주 비디오로 출시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가운데 유색(有色)인종에 속한 여주인공은 이 둘 뿐. 포카혼타스는 실존 인물이 그 모델이지만 뮬란의 모델은 중국 설화속의 가공 인물이다.
뮬란과 포카혼타스는 전 세계를 공략하기 위한 디즈니의 다인종·복합문화 전략에 의해 태어났다는 점 말고도 몇가지가 더 닮았다.
우선 외모. 둘 다 누런 피부, 검은 머리에다 눈꼬리는 치켜 올라갔다. 하지만 섹시한 포카혼타스에 비한다면 뮬란은 영락없는 선머슴.
또 이 둘은 뽀얀 얼굴로 공주처럼 앉아 구원의 남자를 기다리는 이전의 선배 여주인공들과 인생관을 달리한다. 자립심이 강한 포카혼타스는 죽음의 위기에 처한 영국 군인의 목숨을 구해준뒤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고 뮬란은 한 술 더 떠 남장을 하고 전쟁에 나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며 새로운 영웅의 면모를 보여준다.
비(非)백인권 공략의 사명을 띠고 태어난 ‘포카혼타스’는 불행하게도 디즈니에서 숱하게 양산해온 백인우위의 문화와 누런 피부색 사이에 어정쩡하게 걸쳐져 있다. 원주민의 개척민에 대한 공격은 ‘살해’로, 그 반대의 경우는 단순한 ‘실수’로 묘사됐고 원시림조차 영국식 정원처럼 곱게 단장돼 있기 일쑤.
그러나 수묵화로 시작되는 ‘뮬란’은 가끔 ‘중국이 아니라 일본풍인데…’ 하는 느낌을 갖게 하는 대목들이 있지만 그래도 중국 대륙을 특색있게 담아내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그 노력이 진한 실감으로 전달되는 데에는 디즈니의 축적된 기술력이 한 몫했다. 2천여명의 훈족 기마병이 설원을 달리다 눈사태를 맞는 장면은 압권. 그래도 훈족의 후손인 터키의 국민행동당에서는 ‘뮬란’의 상영중지를 요구하고 있다니 전세계를 만족시킬 영웅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모양.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