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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세상]미국내 펀드매니저 이정복씨「인생투자」

입력 | 1999-01-31 19:39:00


서울 조선호텔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사람을 모르면 ‘간첩’으로 불린다. 미국서 출장왔다며 1년에 7개월은 이곳에 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옷가지랑 기본서류는 호텔에 맡겨두고 다닌다.

미국내 5대 투자운용사의 하나인 스커더 켐퍼의 펀드매니저 이정복(李正馥·41·미국명 존 리)씨. 연세대 경제과 78학번으로 대학 3학년때 미국으로 이민갔다. 뉴욕대졸업후 공인회계사로 회계법인 KPMG에서 일했지만 동양계인데다 완벽한 영어구사가 안돼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91년 스커더 켐퍼에 입사한 이후 미국내 한국투자자들의 ‘대부(代父)’가 됐다. 5억달러(약 6천억원)규모의 코리아펀드를 주무른 탓이다. 한국에 투자하고 싶은 전주(錢主)들의 돈을 모아 한국주식투자를 대행하는 것이 그의 일. 그래서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미스터 코리아’로 통한다.

그는 요즘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한국인은 놀랍게도 소액주주 운동을 펼치고 있는 고려대 장하성(張夏成)교수라고 설명한다.

“전세계를 돌면서 벌인 투자설명회에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그의 활동이 한국 기업문화의 변화를 보여주는 긍정적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펀드매니저는 잠꾸러기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단기차익만 노릴 것이 아니라 성장가능성을 살펴 투자한 후 잊고 지내야 한다는 것. 그래서인지 코리아펀드는 80년대말 SK텔레콤,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매입한 이후 단 한차례도 주식을 팔아본 적이 없다.

연봉은 1백만달러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 이사로 승진한 지난해 처음으로 배당받은 주식탓에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이정복씨 약력

·78년 서울 여의도고 졸업

·80년 연세대 경제학과 2년수료

·82년 미국 뉴욕대 회계학과 졸업/뉴욕주 공인회계사

·88년 회계법인 KPMG피트마윅이사

·97년 스커더 켐퍼 투자운용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