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TV 주말 대하역사드라마 ‘왕과 비’의 진실은 어디까지인가. 역사평론가 이덕일씨가 시사월간지 ‘신동아’2월호에 “‘KBS ‘왕과 비’걷어치워라”를 기고한데 대해 작가 정하연씨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하면서 ‘왕과 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덕일 정하연씨의 입장과 국사학자들로부터 ‘왕과 비’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다.》
▼역사평론가 이덕일씨 ▼
‘신동아’2월호에서 ‘왕과 비’를 강하게 비판한 역사평론가 이덕일씨(38). 그는 “사극 작가의 창작의 자유를 인정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사실을 심하게 왜곡하고, 그것이 공영방송을 통해 방송된다면 이는 더이상 드라마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교육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기본적인 사실’이란 계유정난과 수양대군 집권을 가리킨다. “드라마에서는 안평대군의 전횡과 역모를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왜 안평대군이 장악한 조정은 신권의 나라이고 수양대군이 장악한 나라는 어떤 논리로 왕권의 나라가 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이씨는 “건국초기 태종이 공신 숙청을 통해 확립한뒤 34년간 별 탈 없이 유지되어온 정상적인 정치체제가 계유정난으로 무너졌고 이후 부패한 훈구파가 득세해 1백여년간 조선 역사를 유린했다”고 말했다.
아직 ‘왕과 비’에 나오지도 않은 사육신 사건을 글에서 언급한 이유에 대해서는 “계유정난을 잘했다고 보는 시각에서는 수양의 집권을 부정하는 젊은 선비들의 항거였던 사육신 사건 역시 왜곡되게 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파문을 예상하면서도 ‘왕과 비’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에 대한 그의 설명은 이렇다.
“한 세기가 지난뒤 군사독재의 입장에서 80년대사를 다루는 작품이 공영방송을 통해 방영된다고 한 번 생각해보라. ‘왕과 비’는 시대정신에 비춰봐도 해로운 반(反)개혁 프로가 아닐 수 없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