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고가차도나 지하차도의 교각, 중앙분리대가 없는 고가차도등이운전자의안전을위협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에는 74곳에 고가차도가 있다. 줄잡아 한 고가차도에 교각이 8개씩 있다고 본다면 서울시내에 6백개 정도의 교각이 있는 셈. 그런데 문제는 이 교각에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야간 안전운행에 필수적인 야광페인트를 칠하지 않은 곳도 많다.
지난해 9월 어느날 오후 10시경. 서울 마포에서 광화문 쪽으로 달리던 승용차가 서대문 네거리 고가차도 밑을 지나다 교각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0대 회사원 조모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고원인은 음주운전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교각에 완충장치가 있었다면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모 중소기업 부장 장모씨(49)도 10여년전 이곳에서 당한 사고를 떠올리면 아찔하다. 운전면허를 딴지 얼마안돼 차로변경도 잘 못할 때의 일. 마포에서 광화문쪽으로 1차로를 달리다 서대문고가차도를 앞두고 2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려 했지만 자신의 오른쪽으로 질주하는 차들이 틈을 내주지 않았다.
고가차도를 타면 안된다는 생각에 오른쪽 2차로에 온통 신경을 집중하고 달리다 “이제 됐다”며 핸들을 돌리는 순간 장씨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지상도로에서 고가차도로 올라가는 곳에 설치된 이음매 부분 교각을 들이 받은 것. 이 사고로 장씨는 3개월간 병원신세를 졌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고가차도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2월3일 오전 0시55분경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홍은고가차도 가변차로에서는 승용차와 택시가 정면 충돌, 운전자 두명이 모두 숨졌다. 조사결과 승용차 운전자가 가변차로를 의식하지 못하고 중앙선을 넘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1월말에도 가변신호를 착각한 승용차 운전자가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마주오던 다른 승용차와 정면충돌, 6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매일 이곳을 거쳐 출퇴근하는 회사원 양모씨(37)는 “고가도로 자체가 굽은 길인데다 무악재에서 녹번동 방향의 내리막 길은 경사가 급해 구조적으로 사고위험이 높은 곳인데 가변차로제 까지 시행해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보수공사를 하면서 왕복 5차로를 4차로로 줄인 서울 청계고가도로나 중앙분리대를 설치한 서울 금화터널과 사직터널 사이 고가차도 등에선 사고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강용석(康容碩)변호사는 “도로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일어난 교통사고의 경우 대부분 시설물을 관리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된다”며 “안전시설 확충은 인명사고 방지는 물론 지자체의 효과적인 예산운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