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술한잔 하자’는 말 대신에 ‘데이트 한번 하자’고 했어요. 회사동료인데 그럴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화를 내더라고요. 이것도 성희롱입니까.”
최근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추진본부에 접수된 ‘가해자’의 상담전화. 30대 후반의 이 유부남은 자신의 행위가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 등이 규정한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물었다. ‘정황이 중요하지만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이며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 민우회측의 답변. 직장내 성희롱 금지가 법으로 명문화되면서 여성단체에는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가 성희롱의 개념이나 대처방안을 묻는 상담전화가 늘고 있다. 또 관련부처에는 성희롱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얻기 위해 각 기업체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각 직장에서는 올해의 화두가 ‘성희롱’이 될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조중신 상담부장은 “‘가해자측’에서 자신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까봐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성희롱 금지규정’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성희롱을 예방하고 건전한 직장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 기본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성희롱대책반 이은경과장은 “남성이 자신들의 행위가 성희롱인지 또는 성차별적인 것인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최근 발간한 ‘직장내 성희롱예방 지침서’ 중 ‘성희롱성향 자가진단표’를 살펴보면 성희롱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신의 ‘성희롱지수’를 알아봄으로써 자칫 성희롱의 가해자가 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자는 취지.
〈김진경기자〉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