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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손병두/「인간적인 세계화」열띤 논의

입력 | 1999-01-31 19:39:00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의 주제는 ‘책임있는 세계성’이었다. 정계 경제계 학계의 세계적 지도자들은 금세기에 추진된 세계적 영역의 개방화 국제화가 어떠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고 21세기 지구촌 사회를 성공적으로 열어가기 위해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토론했다.

정치 및 금융분야에서 세계성의 가장 큰 특징은 빛의 속도로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과 상품교역.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관세인하 시장개방 등 경제금융부문의 국제화에 따른 생산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와 러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는 등 국제금융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단기성 투기자본의 규제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인 것만은 분명했지만 미국 입장이 아직 완강해 토빈세(자본거래세)와 같은 직접적 규제수단이 빠른 시일내에 도입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슈밥회장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마음이 오가는 시장경제의 성패가 상당부분 단기성 투기자본의 규제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당사국으로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제금융시장 안정에 관한 논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국제금융불안 해소를 위한 세계 금융감독기구의 설립은 한국 입장에서 매우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 기구처럼 의사결정 구조가 지나치게 선진국 위주로 편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금융감독기구의 설립을 지지하되 한국에 유리한 쪽으로 진행되도록 그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관심을 끈 국제성의 또 다른 얼굴은 차별과 격차. 장 크레티앵 캐나다 총리는 지역별 빈부차가 해소되지 않고 세계 경제성장의 혜택이 일부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점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동유럽 및 아프리카 정상들은 세계화가 다수의 이익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나가는 한 충돌과 갈등을 부를 것이라며 세계화의 진정한 완결을 위해 선진국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은 이같은 맥락에서 후진국 채무구제기금을 제의했다.

기업경영과 기술분야의 국제화와 관련해서 루이스 플래트 휼렛패커드사 회장 등은 정보통신기술 발달이 기업 경영활동을 세계적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생명공학의 발전과 더불어 지식위주 산업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았다. 플래트 회장은 정보통신기술 발전으로 전자상거래가 유통혁명을 주도하면서 생산과 소비의 최적 효율성이 달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사의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은 기업의 거대화 국제화가 진전되는 것과 더불어 개별 정부의 통제권이 약화되면서 새로운 세계경제 규범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활동의 국제화, 생산기반의 지식화로 급속히 재편되는 경제환경에 한국기업이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경쟁적이고 자율적인 경영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한창 진행중인 한국의 사업구조조정 역시 이러한 미래의 경영환경을 염두에 두고 추진돼야 할 것이다.

한국 대표단은 세계의 정치 경제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국경제 설명회를 개최했다. 경제설명회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최고경영자들은 한국 경제의 회복가능성을 의심치 않았으며 성공적인 경제위기 극복 후 한국경제가 보다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손병두(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