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이종기(李宗基)변호사 비리 사건에 연루된 검사들에게 사표를 받아내는 ‘악역’을 맡은 대검찰청 김승규(金昇圭·55)감찰부장. 김부장은 지난달 30일 오후 감찰부장실에서 몇몇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1일 수사결과 발표를 앞둔 시점이라 기자들의 관심은 사표를 낸 검사들이 누구인지에 쏠렸다. 한 기자가 그동안 이름이 오르내렸던 한 차장검사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김부장은 갑자기 말문을 닫은 채 한참을 앉아있더니 조용히 일어섰다. 그리고 책상 앞에서 뒤돌아서더니 안경을 벗고 “흐흐흑” 소리를 내며 눈물을 쏟아냈다.
검찰 사상 유례없이 동료와 후배 수십명을 ‘비리혐의’로 조사하고 사표까지 받아낸데 대해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김부장은 잠시 뒤 가까스로 진정했지만 조사과정에서 벌어졌던 가슴아픈 일들을 얘기하며 연방 눈주위를 훔쳤다.
그는 “유능한 검사들이 온갖 오명을 뒤집어쓰고 물러나게 돼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며 “하필 이때에 감찰부장을 맡은 것은 정말 못할 노릇”이라고 그동안 가슴에만 담아왔던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이어 “검사들이 향응과 전별금이라는 잘못된 관행에 물든 것은 잘못이지만 한달에 30명을 조사하는 일본 검사들보다 12배가 넘는 3백70여명을 조사해야하는 등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한번 생각해달라”며 검사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면 언론에서 묵묵하게 열심히 일하는 검사들의 사기를 북돋워달라”고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