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수술이 시작됐다. 정부는 낙동강 물관리 종합대책을 6월말까지 확정한다는 계획아래 관련 부처 별로 세부 작업에 착수했다. 목표는 2001년까지 낙동강 하류 수질을 2급수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다. 낙동강 오염은 어느 하천보다 심각하다. 한강의 경우 식수원인 팔당호의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2급수인 1PPM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부산시민의 식수원인 낙동강 최하류는 평소 3급수인 3∼6PPM, 갈수기에는 최고 7PPM까지도 올라가는 실정이다. 정부가 늦게나마 대대적인 ‘낙동강 살리기’에 나선 것은 당연한 조치다.
이번 대책은 대구 위천공단 조성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상류에 위천공단이 건설되더라도’라는 단서를 단 것은 기본적으로 위천공단 조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공단 건설과 수질개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같이 잡겠다는 계산이다. 대구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위천공단 조성계획은 식수원 오염을 우려한 하류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몇년째 표류하면서 지역갈등 양상마저 빚고 있다. 이번에도 양쪽 모두 수긍하는 ‘묘책’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이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 하류 주민사이의 합의 도출이다. 앞으로 정부가 내놓게 될 대책이 지역간 갈등요인이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타협안으로 낙동강 본류가 아닌 황강과 남강댐에서 깨끗한 물을 끌어와 하류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재산권을 제약받게 될 상수원 주변 주민들로부터 합의를 얻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상하류 주민의 갈등을 증폭시킨 팔당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낙동강 수질개선 대책은 전에도 시도된 적이 있으나 철저한 기초조사와 토지이용 규제 등 과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것은 처음이다. 대규모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이런 방식은 한강에 이미 적용된 바 있어 낙동강은 두번째 수혜대상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낙동강과 한강은 자연조건과 지역사정이 판이하다. 기한이 촉박하다고는 하나 한강의 원칙을 그대로 낙동강에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 ‘낙동강 살리기’는 말 그대로 낙동강 수질을 원상회복시키는 일이 되어야 한다. 식수원을 낙동강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바꾼다고 해도 그것이 낙동강 수질개선을 포기하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국가적 과제로 등장한 낙동강 살리기는 예산만 많이 들인다고 해결될 과제는 아니다. 상 하류 주민들이 합심해 장기간 노력을 기울여야 낙동강은 예전의 깨끗한 물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