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동안 1조7천억원 어치의 부품을 사들이는 삼성전관 구매팀. 이들은 요즘 24시간 근무 체제나 다름없다. 지구촌 곳곳을 거미줄처럼 엮어놓은 인터넷이 일과를 바꿔놓았기 때문.
삼성전관은 지난해 11월 인터넷 홈페이지(www.sdd.samsung.co.kr)에 구매대상 품목과 절차를 소개하고 직접 오퍼를 받는 ‘열린 구매’ 창구를 개설했다. 9백여개에 달하는 구매대상 품목 리스트를 공개하고 입찰 신청을 받아 가장 싸고 품질 좋은 부품을 선택하자는 취지.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직원들은 요즘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홈페이지가 개설된 지 석달만에 1백29개 신규 거래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 이중 미국의 옵트로닉랩 등 39개 업체는 그동안 거래가 전혀 없던 해외 거래선. 삼성측은 열린 구매로 올해 70억∼80억원의 구매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열린 구매를 처음 기획한 김지환(金智煥)과장은 “신규 거래선을 확보하기 위해 일일이 발로 뛰어야 했던 다리품이 많이 줄었다”면서 “그러나 인터넷으로 오퍼를 받은 뒤 그 회사의 경영 실적이 제안서 그대로인지, 혹시 위장업체는 아닌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일단 서면평가를 마치면 꼼꼼한 실사 작업을 벌여 정식 구매선으로 선정한다고.
열린 구매를 통해 구매 과정이 투명해졌다는 점도 성과. 김과장은 “모든 구매 과정을 공개하기 때문에 ‘윗사람이 아는 업체’라고 봐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관의 ‘열린 구매’는 인터넷이 기업 경영을 바꿔놓은 대표적인 예. 인터넷하면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전자쇼핑몰을 떠올리는게 보통이지만 최근에는 구매와 수출 등 실제 경영 활동에 인터넷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혼자 힘으로 해외 거래선을 확보하기 벅찼던 소규모 기업들에게 인터넷은 ‘복음’과도 같다.
자동차용 연료절감 장치를 생산하는 동성상사는 최근 인도에 제품을 보내놓고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연말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본 현지 바이어가 샘플을 보내달라고 자청해온 것. 이 바이어는 결과만 좋으면 3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연간 매출액이 몇억원에 불과한 이 회사에 이번 수출건은 인터넷이 가져다준 황금 찬스인 셈.
인터넷 무역이 활성화하자 인터넷으로 한국의 중소기업과 상품을 전세계에 소개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인터넷 무역컨설팅업체인 코리안소스(대표 심은섭·沈銀燮)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인터넷 무역박람회를 개최했다.
코리안소스는 바이어를 끌어들이기 위해 전시기간 동안 인터넷으로 1백만명에 이르는 해외 바이어들에게 광고 메일을 발송하는 ‘공격적 마케팅’을 구사한 결과 평균 1만여명의 바이어가 박람회장으로 몰려들었다.
수백개 국내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무역박람회 개최는 직원 7명의 작은 회사로선 과거에는 꿈도 못꿀 일이었지만 인터넷 덕택에 가능했다. 전용성(全容成)이사는 “성과가 좋다는 소문이 나서 3월1일부터 두달간 열리는 3차 박람회에는 벌써 1백여개 업체가 참가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