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씨(33·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는 둘째 아이를 낳은 뒤 갑자기 손 끝이 울긋불긋해지더니 군데군데 물집이 잡혔다. ‘곧 좋아지겠지’하다가 지금은 손끝이 갈라져 움직이기도 불편할 정도.
‘주부습진’. ‘습진균을 잡아 먹는다’는 고무 장갑 광고도 나오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주부습진은 균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피부가 특정 물질에 자주 접촉해 생기는 ‘자극성 접촉 피부염’이기 때문.
피부과의 한 전문의는 “주부의 습진 발병률은 2∼11%로 남성보다 2배 정도 높다”며 “가사노동이 많아지는 출산 후나 30대, 40대에 많이 생긴다”고 설명.
▽원인〓물 세제 표백제 등 특정 물질에 자주 그리고 오래 접촉해 피부가 자극받아 생긴다. △아토피성 체질 △표백제 헤어용품 물 등을 접할 기회가 많은 직업 △피부가 건조해지기 쉬운 겨울철 등에 더 잘 생긴다.
▽증상〓초기에는 손가락 끝이 거칠어지거나 갈라져 스타킹이나 니트류를 만질 때 올이 자주 나간다. 또 울긋불긋해지며 물집도 생긴다. 심해지면 손바닥 피부가 두터워지고 갈라져 피가 나며 아프다.
특정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습진이 생기는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은 증상이 주로 손등에 나타나지만 주부습진은 손바닥에 나타난다.
또손뿐아니라 세제를 잔뜩 푼 물에 담요 등을 넣은 뒤 발로 밟아 세탁하면 발에도 습진이 생길 수 있다.
▽치료〓일단 발병하면 자꾸 재발해 완치가 어렵다. 초기에는 로션이나 크림을 발라 건조함을 없애는 것이 우선. 그러나 피부가 갈라져 아플 정도가 되면 스테로이드 제제 연고를 발라야 한다.
물집이 터질 때에는 용액형을, 피부가 건조할 때에는 크림형을 발라 2,3주 이내에 치료한다. 물이나 비누에 닿으면 재발하므로 손에 연고를 바른 뒤 그 위에 비닐장갑 면장갑 고무장갑을 차례로 끼고 설겆이나 물빨래를 한다. 일을 할 때마다 일일이 장갑을 끼기 어려우므로 미리 몇겹 껴놓은 장갑을 집안 곳곳에 비치해두고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