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신달자의 시가 달라졌다. 그가 6년만에 선보인 시집 ‘아버지의 빛’(문학세계사). 이 시집은 시인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여성적 감성에서 벗어나 현실적 감성에 성큼 다가서 있다.
변화의 계기는 아버지의 죽음이다. 그 죽음을 통해 삶을 새로 보고 시를 한번 더 생각한 것이다.
‘아버지를 땅에 묻었다./하늘이던 아버지가 땅이 되었다/…/신발을 신고 땅을 밟는 일/발톱 저리게 황망하다/…/아버지의 피붙이 하나/겨울가지에 걸려서 이 꼭 앙물고/찬바람 이겨내면//아버지는 지는 해를 받아서/다음날 하늘 위로 떠오른다.’(‘아버지의 빛·1’중)
신달자의 감성이 땅으로 내려온 것이다. 우선 땅에 충실하고 그리고나서 하늘에 이르고자 한다. 그렇기에 그의 시는 한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정말 시다운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는 갔지만 그 흔적은 빛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은 제게 하나의 득음(得音)이었습니다.”
그가 새롭게 바라본 이 땅의 현실은 ‘상실’ 투성이다. 하지만 상실을 기꺼이 끌어안고 지난 날의 자신을 되돌아본다.
신달자에게 ‘진실한 몰락’은 과연 무엇일지. 앞으로의 시가 판명해 줄 것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