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1일부터 공중파TV 최초로 청각장애인을 위해 도입키로 한 한글자막방송이 중순이후로 연기됐다.
두달간의 시험방송 중 한글자막이 예상보다 불완전했다는 것이 MBC가 밝히는 이유. 특히 생방송 뉴스를 실시간으로 자막처리하는 과정에서 오타가 자주 나왔고 아나운서 멘트와 2초내로 유지돼야하는 ‘딜레이 간격’이 두배 이상으로 벌어지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일반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자막을 ‘끄집어내는’ 디코더(decoder)의 기능도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자막방송은 디코더가 내장(內裝)된 LG전자의 TV를 통해서만 시청이 가능한데, 오후 5시뉴스의 경우 자막때문에 기존에 제공되던 수화 화면이 가려져 오히려 청각장애인들이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MBC는 외국 방송을 참고, LG전자와 기술적 보완을 거쳐 ‘뉴스데스크’와 다큐멘터리 ‘자연은 살아있다’외에 드라마 ‘남자셋 여자셋’ ‘사랑과 성공’에도 자막처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자막방송의 문제는 남아있다. 자막방송 시청을 위해 별도로 구입해야하는 LG전자의 디코더 내장 TV가 1백만원이 넘는 고가이기 때문. LG전자가 생산라인의 40%이상을 차지하는 주력상품인 29인치 일부 상품에만 디코더를 설치한 까닭이다.
그래서 청각장애자복지회 등 단체에서는 일반TV에 연결해 자막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외장형 디코더를 중소기업체에 의뢰, 주문생산할 것을 검토 중이다. J테크 등에서 생산예정인 이 제품의 가격은 1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이에 ‘복지 방송’이라는 이미지를 원했던 MBC는 난감해하는 입장이다. 자칫하면 비싼 TV수상기 장사만 시켜준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 MBC 뉴미디어국의 한 관계자는 “이달말 자막방송이 본격화되면 20인치 TV에도 디코더를 내장하는 방안을 LG측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