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IMF 실업자들을 조금이라도 구제해보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고용촉진훈련 프로그램이 현실을 외면한 운영과 대상자 선정작업의 미비 등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촉진훈련은 △고용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실업자 △소득이 최저생계비이하인 극빈층 △생활보호대상자 △미취업 고교 및 대학 졸업자 등을 무료로 훈련시켜 취업케 하려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와 올해에 책정된 예산만 1천5백33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극빈층은 훈련(학원 수강)받을 시간조차 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혜택을 못받고 있고 △훈련생 모집도 막대한 예산을 소화하기 위해 숫자를 미리 정해놓고 여기에 맞추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는 것.
더욱이 현재의 프로그램 아래서는 누구든 ‘취업의사가 있다’고만 하면 쉽게 무료 훈련 대상자가 될 수 있어 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고 시간이 많은 중산층 이상의 주부가 대거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고용촉진훈련을 위탁받은 요리 양재 이미용 제빵 컴퓨터학원 등에는 주부들로 넘쳐 “고용촉진훈련 학원은 주부들의 취미학원”이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동아일보 ‘클린 21’팀이 최근 인천 대전 울산 군산 보령 등 5개 지역의 고용훈련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훈련대상자의 40∼50%가 중산층 이상의 주부로 추산됐다. 울산 A구는 그 비율이 86%였다.
‘클린 21’팀의 조사는 예산낭비 사례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주는 ‘클린 펀드’ 프로그램(본보 1월25일자 보도)에 접수된 한 시민의 제보를 토대로 이뤄졌다. 이 제보자에게는 소정의 포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물론 주부도 극빈층이나 생활보호대상자면 훈련대상자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일부 주부들도 구직신청서만 제출하면 어렵지 않게 무료훈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에 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극빈자와 실직자를 위한 고용촉진훈련 학원에 중산층 주부들이 몰려들어 문제가 심각함을 알고 있다”면서 “수강자격을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대전·울산〓공종식·부형권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