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일(23·진로)의 요즘 마음이 무겁다. 꽃가마에 오르는 꿈은커녕 두 다리로 설 모래판이 없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김학룡진로단장은 오경의한국씨름연맹총재가 퇴진하지 않으면 16일부터 열릴 설날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진로 씨름단은 4월이면 간판을 내린다.
‘씨름 천재’의 명예를 되찾으려고 복귀한 지난해 11월부터 쏟아부은 땀이 얼마인데…. 12월20일부터 이어진 춘천→김해→충무→김해 전지훈련은 혹독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6㎞ 조깅, 오전 2시간반 동안 기술 연마, 오후 2시간반 동안 웨이트트레이닝과 산악훈련. 1백40㎏이었던 체중도 6㎏이나 줄었다. 그가 더욱 가슴을 치는 것은 2m17의 골리앗 김영현(23·LG)을 꺾기 위해 김단장과 이만기 인제대교수에게 전수받은 ‘비책’이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
김단장은 50년대 2m15의 김용주, 이교수는 80년대 2m7의 이봉걸 장사를 뉘었던 기술 씨름의 달인들.
백승일은 ‘타도 김영현’을 위해 이들로부터 두가지를 배웠다. 우선 샅바를 바싹 당겨잡아 김영현의 가슴을 압박, 선제공격의 위력을 반감시킨 다음 안다리 또는 앞무릎치기로 되친다는 것.
92년 순천상고를 중퇴하고 16세에 씨름판에 뛰어든 백승일. 유달리 굴곡이 심한 삶을 살아온 그에게 모래판은 인생의 전부나 다름없다. 그래서 그는 ‘어른들의 싸움’이 빨리 끝났으면 한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