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의 북서부 플로런스가(街)의 ‘웨스트 에핑’ 잔디 볼링장.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마샤 새들러(74·여)가 매주 화요일 동네 친구인 베릴 제닝스(70·여)와 함께 이곳에서 잔디 볼링을 즐긴다.
그러나 새들러는 이를 곧 그만둬야 할 때가 됐다. 식사준비나 집안청소도 힘에 부치는데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 지 두려워 ‘안전하다’는 노인 주거타운에 입주하기로 결정했기 때문.
그러나 제닝스는 다르다. 남편 레이몬드(72) 아들 글렌(44) 손녀 클레어(21) 손자 크리스토퍼(19)와 함께 대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는 그는 “남편과 함께 40년여 년 동안 살아온 집에서 절대 떠날 수 없다”며 “어떤 경우에도 주거타운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각각 12%와 15%로 높지만 노인이 여생을 즐기며 살 수 있는 주거타운은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복지정책도 잘 갖춰져있다.
▼독립형 주거타운▼
뉴질랜드의 휴양도시 넬슨에서 20여년 동안 모텔을 운영했던 헨리 프랜스(63)는 89년 심장발작을 일으킨 뒤 24만 뉴질랜드 달러(1억6천만원)짜리 주택을 팔고 16만5천 뉴질랜드 달러(1억1천만원)의 입주금을 낸 뒤 넬슨에 있는 독립형 주거타운 ‘오크우즈’에 입주. 프랜스는 “침실과 화장실에 비상벨이 있어 심장발작이 일어난다 해도 불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의존 또는 의존형 주거타운▼
뉴질랜드 북섬 ‘카피티코스트’의 ‘엘던 럿지’는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반의존 또는 의존 집단주거타운으로 입주금은 없다. 지난해 11월 이 곳에 입주한 몰리 매들러(85·여)는 등에 이상이 있어 혼자 힘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운 상태. 매일 샤워 청소 식사 등의 서비스를 받는데 드는 비용은 하루 70∼90 뉴질랜드달러(4만6천∼6만3천원). 메들러는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판정을 받은 노인은 누구나 이처럼 정부 지원을 받아 반의존형 또는 의존형 주거타운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다.
▼또 다른 선택▼
호주 노인의 10%, 뉴질랜드 노인의 약 5%만이 거주타운에 거주. 결국 90% 이상의 노인은 자신의 집에서 산다.
호주 정부는 85년부터 노인복지정책의 중심을 소득보조정책에서 ‘재가 및 지역사회서비스(Home And Community Care)’쪽으로 옮겼다. 이는 노인이 자신의 가정에서 세탁 청소 식사준비 등의 서비스를 받아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 뉴질랜드도 93년부터 이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는 추세다.
가장 좋은 시설도 가족과 함께 여생을 마무리하는 것보다는 못하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보건성의 노인정책담당 마가렛 듀시는 “부모를 부양하는 가정에 소득을 보조해주는 등의 장치로 노인이 여생을 가족과 함께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시드니(호주)·웰링턴(뉴질랜드)〓이나연기자〉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