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말. 서울시내 도심의 전광판에 이승희의 누드 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물위의 하룻밤’ 광고가 5분에 한번씩 상영됐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광고가 사전 심의도 받지 않고 흘러나온 셈이다. 운전자들은 한눈을 팔 수 밖에 없었고,사고위험을 우려한 시민들로부터 강력한 항의가 쏟아졌다.
항의를 접수한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는 각 영화사에 “이제는 전광판 광고도 심의를 거쳐서 광고를 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이후 전광판 영화광고 중 심의를 받은 경우는 단 한건도 없다. 강제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전광판 광고는 TV광고와는 달리 사전 사후 방송심의가 없는 ‘틈새’에 놓여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영화사들은 하루에도 1백회 이상 상영할 수 있으며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쉽사리 잡아끌 수 있는 전광판 광고를 애용하고 있다.
TV광고에서는 관객을 향해 정면으로 총을 겨누거나 발사할 수 없으나 전광판에서는 허용된다. 피를 흘리는 장면, 선정적인 장면 등도 심의가 없으니 자유롭게 노출된다.
최근에도 ‘비상계엄’ ‘풍운’ ‘태양은 없다’ ‘오픈 유어 아이즈’등 전광판 영화광고가 사전심의 없이 계속되고 있다. 소리가 안들리는 전광판 광고의 특성상 정적인 영화보다는 액션, SF, 에로영화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거리에 노출된 전광판 광고는 연령제한이 없는데다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사고 위험성도 적지 않다. TV광고보다 더욱 엄격하게 규제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