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매일 나한테 ‘반실’이라고 부르며 피한다. ‘반실’이란 반에서 실수가 많은 아이를 말하는데 내가 점심시간에 반찬을 잘 흘린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그래서 나는 급식시간이 되면 긴장한다.밥을 먹다가도 아이들이 ‘반실!’ 하면 반찬을 흘렸는지 살펴야 한다.”(박모양·초등2년)
아이들 사이의 집단 따돌림인 ‘왕따’. 아이들의 입을 통해 들은 왕따의 이유는 그들로선 ‘확실한’ 것이었다. 공주같이 옷을 입어서, 키가 작아서, 반장이어서, 외국에 갔다와서, 뇌성마비라서, 아빠가 없어서 등.
글쓰기교육단체인 한글문화교육원이 경기 부천의 초중학생 70여명의 ‘왕따경험’을 모아 책을 냈다. ‘우리반 왕따’(장백). 피해자의 얘기에 더해 어린 가해자들의 ‘섬뜩한’ 증언도 담겨있다.
“인석이의 웃는 모습을 보면 꼭 주먹으로 한대 후려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성질이 사나운 아이들은 그 바보를 죽이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홍모군·초등4년)
“따돌림이 계속되자 정태 어머니는 정태를 멀리 고모가 있는 캐나다로 보냈다. 우리는 가뿐한 마음이었다. 날아갈 것 같았다.”(김모양·초등3년)
‘왕따’ 피해자들은 엉뚱한 데로 표적을 돌리기 일쑤다. “나는 코가 안좋아서 코를 자주 팠다. 아이들이 ‘코딱지맨’이라며 ‘왕따’했다.…그럴 때면 코가 나쁜 아이로 낳은 엄마가 원망스러웠다.”(지모군·초등3년)
그래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결국 “놀리는 아이들을 착한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기도하거나 다음처럼 처절한 사건 속에서 위안(?)을 느끼며 산다.
“체육시간에 힘이 센 아이가 화가 난다고 나를 밀쳤다. 아이들이 몰려왔다. 아이들은 나에게 괜찮으냐고 관심을 보여 주었다. 힘센 그 아이가 고마왔다.그 애가 밀지 않았다면 난 계속 왕따가 돼 있었을 테니까.”(김모양·초등4년)
〈이승재기자〉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