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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사직동팀」 現정부서도 활동

입력 | 1999-02-08 19:24:00


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김대중(金大中)후보 친인척들의 계좌를 불법 추적해 물의를 빚었던 ‘사직동팀’이 현 정부에서도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비리 혐의가 있는 일부 인사들에 대한 내사활동을 벌이는 등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직동팀은 또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후보뿐만 아니라 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 이인제(李仁濟) 이수성(李壽成)씨를 비롯한 9명의 경선후보들과 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총재 박철언(朴哲彦)의원 등에 대해서도 계좌추적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로 직제상 경찰청장의 지휘하에 있으나 실제로는 청와대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아 행동하고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별도의 사무실을 두고 있어 오래전부터 ‘사직동팀’으로 통용돼 왔다.

동아일보 ‘이슈 추적’팀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사직동팀은 현 정부 출범 후에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지시를 받아 대통령 하명사항과 고위공직자 등의 비리혐의에 대한 내사와 정보수집을 계속하고 있다. 조직도 종전의 5개반에서 6개반으로 늘어났다.

전 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직동팀은 △지난해 한국통신 간부들의 대선자금 모금사건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비리 △조선대총장 뇌물수수 사건 등도 내사해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국회 IMF환란특위는 9일 속개될 경제청문회에서 97년 김대중후보 친인척 계좌추적사건에 개입된 박재목(朴在穆) 당시 사직동팀장(조사과장)을 불러 사직동팀의 활동 경위와 적법성 여부를 따질 예정이어서 존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8일 “사직동팀이 정권 안보 차원에서 고위공직자는 물론 일부 야당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에 대한 뒷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팀의 즉각적인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박주선(朴柱宣)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조사과(사직동팀)가 과거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청와대에 접수된 투서사건, 청와대와 대통령 친인척 사칭사건 등만 맡고 있다”고 설명하고 “모든 활동이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계좌추적이나 정치사찰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 법학과 양건(梁建)교수는 “이 기구를 청와대가 직접 지휘하는 것은 탈법적 운용”이라고 말하고 “경찰청의 통제를 받게 해 법과 현실의 괴리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한 고위간부는 “일본도 내각조사처의 경우 인원의 50%를 경시청에서 지원받아 활용하고 있다. 이제는 당당하게 일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찰청 조사과에 대한 감사를 한적은 없다”며 “현 조사과 운용방식이 적법한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