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는 9일 국무회의에 ‘한자병용방안’을 보고하고 이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신낙균(申樂均)문화관광부장관은 이날 “전통문화의 전승발전, 한자문화권 국가와의 교류와 관광증대를 위해 48년 제정된 ‘한글전용법’의 틀 내에서 한자병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장관은 “우선 91년 이후 한글로만 써온 공문서부터 한자 병기를 추진할 것이며 중국 일본 등 한자문화권 관광객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건설교통부와 협의해 도로표지에 한자병기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문서에는 한자가 병기되지 않을 경우 해석상에 혼란이 있을 수 있는 인명 지명 발음 역사용어 등에 한자가 병기된다.
신장관은 또 “현재 한문교육의 토대인 교육용 한자(1천8백자)를 실제 생활에서의 사용빈도 등에 따라 조정하도록 교육부에 한문교육체계 개편을 위임 추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같은 보고를 받은 뒤 “한자를 무시하면 우리 고전과 전통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한자 혼용이 아닌 병용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작년 한해 4백50만명의 외국인이 방한했다”며 “한글을 사용한 간판에 최소한 한자와 영문이 병용되도록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한글전용의 원칙을 바꾸거나 교육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행부처인 행정자치부와 건설교통부 등이 신중론을 펴고 있는데다 한글전용을 주장해온 학자들과 일부 일선학교교사들도 “국어와 한문교육에 또한번의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어심의회의와 국무회의에서도 찬반양론이 있었던 한자병용방침을 서둘러 결정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