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에게 무조건 하루에 딱지를 20장씩이나 떼라고 ‘할당’하는 식이니까 적발위주라는 원성을 듣는 것 아닙니까.”
이무영(李茂永)서울지방경찰청장이 취임 직후인 지난달 16일 고위간부와 일선서장들을 소집한 간담회에서 경찰내부의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질타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부탁하고 ‘빽’쓰면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바뀌어 버리는 경찰수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 않느냐”고도 호통쳤다. 이런 내용은 50쪽 짜리 책자로 정리돼 9일부터 경찰관들에게 읽혀지기 시작했다.
이청장은 “경찰이 범죄자를 잡으러 갈 시간에 감찰과 외근감독관만 의식해 순찰함 사인이나 하러 돌아다니는 게 현실”이라며 “이것은 순찰함을 뒤져 사인하지 않고 지나치는 경찰관을 징계하는 잘못된 감찰관행이 낳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형식적인 순찰보다도 스스로 우범지대에 뛰어들어 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일선 서장들이 근무를 핑계로 경찰서 서장실에 침대를 놓고 잠만 자는 관행에도 일침. 그런 겉치레 때문에 부속실의 전의경 운전사까지 밤새도록 대기시켜 인력낭비만 부른다는 질책이었다.
그는 “일본경찰과 비교해 수적으로 훨씬 많은 우리 경찰이 운영의 묘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경찰 조직의 비효율성을 줄여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