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 다녀온 정주영현대명예회장은 “이르면 4월 중 평양에서 남북농구경기를 갖기로 북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단기간에 남북간 화합의 물꼬를 트는데는 아무래도 스포츠에 견줄만한 것이 없으리라. 남북화합에 도움이 되는 종목이면 그 교류가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게임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이다. 게다가 과도한 신체접촉이 승패의 원인이 되었을 때 양측 주민이 갖게 될지도 모르는 감정적 소원함을 고려해야 한다. 남북간 화합을 위해 애써 마련된 자리가 승리를 위해 경쟁의식을 부추기는 장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스포츠교류를 시작하더라도 직접적 신체접촉이 없는 탁구나 배구종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고 본다. 미국과 중국이 국교를 열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탁구를 선택한 것도 어쩌면 그같은 염려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승패의식을 피하고 남북한이 상호협력해서 실행할 수 있는 또 다른 사업으로 영화인과 생활체육인의 교류를 들 수 있다. 한민족의 정서를 가득 담은 영화를 금강산에서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놓으면 어떨까.전세계의 관광객들을 모아놓고 금강산에서 ‘연날리기 대회’를 개최하면 어떨까.
지금도 정월 대보름이면 ‘연’에 ‘액(厄)’자를 써서 높이 날려 보냄으로써 액을 쫓아내는 풍습이 남아있다. ‘연’과 함께 남북한의 현안을 모두 날려버리고 새로운 세기를 맞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여기서 얻어지는 수익은 북한 어린이의 배고픔을 해결하는데 사용하고 남한 실직자들을 위한 실업기금으로 적립하면 어떨까. 이같은 사업은 민족 동질성 회복과 통일기반 구축에 일조를 하고 우리나라 해외이미지 제고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이제 금강산이 열렸다. 국민들은 그곳을 북한만의 땅이 아닌, 한민족의 땅이라고 여긴다. 20세기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한민족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서로 협력해 금강산의 도움으로 시련을 극복했고 마침내는 민족통일을 성취해냈다고 먼 훗날 역사에 기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