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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참여연대 「10株갖기」열기/소액주주 개미군단

입력 | 1999-02-10 18:59:00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가 중심이 돼 전개하는 소액주주운동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소액주주들은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강을 이룬다’는 진실을 믿는 기업의 주인이자 경영의 감시자임을 자부한다.

재벌 그룹에는 부당내부거래와 차입경영, 문어발식 사업확장 등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다. 이같은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해 참여연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민 10주 갖기운동’을 시작했다.

재벌이 변화하지 않고는 한국 경제가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철저한 반성이 출발점이 됐다.

지금까지 10주 갖기운동에 동참한 사람은 3천여명.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에서부터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70대까지, 노점상에서 중소기업 사장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참여 동기도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소액주주 김지환(金志桓·27)씨.

“오너라고 불리는 친인척이 그룹의 경영을 좌우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묵인돼왔다. 비록 갖고 있는 주식이 적더라도 기업의 주인으로서 기탄없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리잡아야 한다.”

주식수만 놓고 보면 재벌 총수들도 소액주주와 다름없다. 구본무(具本茂)회장의 LG반도체 지분은 0.01%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건희(李健熙)회장은 2.4%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김우중(金宇中)회장은 대우전자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경북 포항의 장부섭(張富燮·63)씨는 총수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 직업이 없는데도 생활비를 쪼개 주식을 매입했다.

그는 “재벌이 일반 주주들로부터 돈을 모아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그 결과를 솔직하게 알리지 않는 관행을 주주들이 힘을 모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 공정하게 경쟁하는 풍토를 앞당기려는 중소기업체 사장도 한몫을 했다.

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는 최민섭(崔敏燮·40)씨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며 “기업 크기와 상관없이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를 위해 주식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75세의 고령인 이종열(李鍾列)씨는 부의 세습과 비자금 조성 등 재벌의 폐해를 조목조목 지적했다.그는 “재벌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점은 인정하지만 무모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결국 국가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간 주범이 됐다”고 비판했다.

대전에서 떡볶이와 꼬치 등을 팔며 생계를 이어가는 노점상 김용태(金容泰·55)씨 부부도 선뜻 주식을 매입했다.

김씨는 “남의 돈을 무리하게 끌어들여 벌인 사업은 지탱해 나갈 수 없다”며 “밝고 안정된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겸손해 했다.

최근에는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비판도 종종 제기된다. 자유기업센터 공병호(孔柄淏)소장 등은 “경영자들은 치열한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한 시비는 기업경영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견기업 이사인 김기봉(金基鳳)씨는 “주주권 행사는 투명한 경영을 위한 것이지 기업활동을 방해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경제민주화위원장인 장하성(張夏成)고려대교수는 “소액주주운동은 자신들을 내세우지 않으려는 일반 국민이 주도하는 것”이라며 “교수나 변호사들은 의견을 대신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 진기자〉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