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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변형 8개 작물 개발…농진청 9년만에 결실

입력 | 1999-02-11 07:25:00


유전자변형 농산물이 국내에서도 처음 개발됐다.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과학기술원(원장 이은종·李銀鍾)은 벼 고추 배추 담배 토마토 등 8개 농작물의 유전자변형 기술을 이용한 품종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정부는 이 가운데 유전자변형 벼와 고추를 올해 전국 주요 표본지역에서 현장 재배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명되면 2000∼2001년중 이들 품종의 씨앗을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콩 옥수수 등 수입되는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유해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산 품종까지 등장하게 돼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예상된다.

농진청은 90년초부터 8개 작물의 유전자변형 품종 개발에 착수해 현재 벼 고추 양배추 들깨 등 4가지는 개발이 완료돼 상품화가 임박한 단계라고 밝혔다. 개발이 끝난 품종은 △제초제에 강한 벼 △역병에 저항성이 높은 고추 △병충해에 강한 양배추 △잎의 오메가3 지방산 함유량이 증가된 들깨 등이다.

특히 벼와 고추는 이미 효능 및 생육상황 등에 대한 검사와 시험재배가 성공적으로 끝나 이르면 내년부터 유전자변형 품종을 일반 농가에 보급할 수 있을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유전자변형 담배와 배추는 유리온실에서 시험 재배중이다.

농진청은 혈압상승을 억제하는 유전자변형 토마토의 개발에도 성공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상품화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농업과학기술원은 유전자변형 농산물 개발에 따른 사회적 파문을 우려해 육종 및 시험재배 지역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농진청 관내로 제한하는 등 극비리에 연구를 진행해 왔다.

기존 일품벼에 제초제에 강한 유전자를 결합시킨 유전자변형 벼를 시험재배한 결과 이 품종은 제초제 ‘바스타’를 집중 살포해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역병에 강한 고추의 경우 병균을 투입해도 병에 걸리지 않았고 잎사귀가 푸른 빛을 유지했다.

연구를 주관한 황영수(黃永秀)박사는 “유전자변형은 생명공학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분야로 세계 각국이 이 기술을 이용한 신품종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며 “우리 농업과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개발노력을 포기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학술 목적의 품종개발은 장려돼야 하지만 시험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안전성이 100% 확증되기 전에 상업적 재배가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모임의 김재옥(金在玉)사무총장은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개발은 국민 보건 및 생태계 유지여부와 직결되는 중대사안”이라며 “정부와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조사를 벌여 상품화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