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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전자변형 농산물개발주도 황영수박사

입력 | 1999-02-11 19:26:00


“벼 한포기, 고추 한 개, 사과나무 한그루에도 지적재산권이 따라붙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천연자원 함유량이 국가의 빈부를 결정했다면 앞으로는 첨단 유전자원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입니다.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21세기 한국의 유전자원을 비축하는 첫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변형 농산물 연구를 주도한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과학기술원 황영수(黃永秀·57)박사는 “사회 일각에서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안전성을 놓고 논란이 이는 것을 잘 안다”며 “주요 실험결과를 숨김없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실은 1백명 연구원이 10년째 노력한 결실”이라며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초기에는 진척이 더뎠지만 유전자 형질전환 기술을 완전 습득한 95년경부터 품종개발에 부쩍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진의 기술력이 고르게 향상되고 인력이 늘어 개발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질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는 개발시간 단축보다 품종의 유용성 확보에 더 신경을 쓸 계획입니다.”

각국의 유전자변형 기술은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개발하는 전통적 단계에서 인체에 유용한 성분을 작물에 배양하는 단계로 바뀌는 추세. 이번에 개발된 품종중 혈압을 낮춰주는 토마토나 오메가3 지방산이 강화된 들깻잎은 차세대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농진청은 유전자변형 기술이 보편화되면 농민과 소비자가 동시에 이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농민은 부가가치가 높은 농산물을 재배해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고 소비자는 고기능 건강작물을 비교적 저렴한 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유전자변형 기술 수준이 미국보다 다소 뒤지지만 한국인 특유의 손재주로 보완 가능한 측면이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식물에 투입할 호르몬 비율을 조절할 때 한국 연구원은 허용오차가 1백만분의 1 이내인 작업을 무리없이 수행해 미국측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는 “유전자변형 농작물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철저하게 과학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며 가까운 시일내에 공개토론을 통해 시민단체 회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황박사는 경북대 농학과를 나온 뒤 70년부터 농업진흥청 농업연구사로 일하면서 네덜란드 와게닝겐대와 서울대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치의 세계화’에도 관심이 많은 농화학자이다. 한국 김치가 세계인의 인기음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속이 꽉 찬 배추와 색깔이 고우면서도 톡쏘는 맛을 내는 고추 신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황박사의 꿈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