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1백60만원.
KBS에서 가장 ‘비싼’ 프로인 1TV 대하드라마 ‘왕과 비’의 제작비다. 한 회 50분씩 한 주에 2회분이 방영되는 이 드라마의 제작비는 주 평균 1억6천만원. 시청자들은 1분이 지날 때마다 찰칵찰칵 1백60만원씩 올라가는 화면을 지켜보는 셈이다.
‘왕과 비’가 KBS 제작비 랭킹 1위에 오른 것은 사극의 특성과 제작여건 때문.
제작비는 크게 직접비와 간접비로 분류된다. 직접비에는 연기자의 출연료와 작가 원고료, 세트제작비, 의상비 등이 주요 항목으로 들어간다. 촬영 중에 출연 제작진이 함께 먹는 밥값도 포함된다. 간접비에는 PD 등 방송사 직원의 인건비가 해당된다.
사극은 정확한 고증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오픈 세트의 제작과 의상, 소도구 등 막대한 물량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또 극중에서 자기 이름을 지닌 배역만 수십명에 이르는데다 수백명의 엑스트라가 등장하는 군중신이라도 있으면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마련이다.
이같은 제작비 압박 때문에 해프닝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사극에서 등장인물의 ‘독대(獨對)’ 장면이 유난히 많은 것은 드라마의 내용과도 관련이 있지만 제작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용의 눈물’의 작가 이환경은 “사극의 경우 제작비에 압박을 받은 PD의 ‘살려달라’는 주문을 자주 듣게 된다”면서 “이 말은 드라마에 출연해온 연기자를 극중에서 빨리 ‘죽여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처럼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는 사극인 만큼 시청률이 기대치를 밑돌 경우 ‘돈 잡아먹는 드라마’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방송관계자들은 방송3사가 공동으로 오픈세트를 짓거나 의상 소도구 등을 함께 관리해 사용하는 것도 제작비를 줄이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