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패션의 주제는 소녀같은 순수함과 깨끗함, 그리고 부드러움. 탤런트 명세빈을 떠올리면 금방 손에 잡힐 듯한 이미지다.
우선 주목할 것은 색깔. 탁한 색조의 부드러운 파스텔톤이 연회색 흰색과 차분히 조화를 이루도록 만든 옷들이 많이 나와 있다. 스타일에서는 옷선이 단정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된 ‘미니멀리즘’이 주류. 아방가르드의 변칙디자인은 약간의 자취만 남았다.
▼ 색깔 ▼
올봄에 선보이는 파스텔톤은 단순히 밝고 환한 이미지가 아니다. ‘그레이쉬 블루’ ‘크림 옐로’….가루를 듬뿍 섞은 듯 탁하게 가라앉은 회색조의 파스텔톤이다. 색깔은 크게 연노랑 분홍 하늘색 세 줄기. 몇몇 브랜드에선 녹색 보라색 오렌지색조의 파스텔톤도 약간씩 내놓았다.
채도가 비슷한 이 파스텔톤 옷들은 색깔에 관계없이 서로 잘 어울린다. 또 흰색은 물론, 연한 회색과도 조화된다. 파스텔톤 옷 중에 목선이나 앞선을 회색으로 처리한 것이 있을 정도.
작년 한해 인기를 모은 회색은 올봄에는 아주 연한 색깔로 전개된다. 연한 회색 정장에 흰색 셔츠와 파스텔톤 니트를 입으면 유행을 적절히 소화한 세련된 차림이 될 듯.
순수함과 깨끗함의 상징인 흰색도 부각되고 있다. 바지정장 스커트 원피스 등에 흰색과 아이보리색이 많이 쓰였다.
▼ 스타일 ▼
미니멀리즘 표방에 따라 선이 절제된 옷이 많다. 지나치게 꼭 끼지는 않고 다소 여유있는 스타일. 작년 패션계를 화려하게 장식한 변칙적인 아방가르드 디자인도 한결 절제된 형태로 나타난다. 목부분에 약간 주름을 잡거나 앞여밈선을 비스듬하게 재단하는 정도.
주목할 만한 것은 티셔츠와 카디건이 세트로 된 파스텔톤의 트윈니트. 목선 디자인과 소매길이가 다양하나 대개 차분하고 단정하다. 니트목선 위로 셔츠 칼라를 세워 입는 패션은 봄에도 유행할 전망. 흰색 셔츠 한 벌은 장만해두는 것이 좋을 듯.
재킷은 단순한 선의 원버튼 스타일 또는 앞단추를 숨겨 앞선을 깔끔하게 정리한 디자인 위주. 바지는 기본 스타일의 일자바지가 많다. 작년에 비해 바지통이 약간 좁아졌다.
스커트와 원피스의 경우 선은 단순해지고 품은 넉넉해졌다. 자잘한 ‘아코디언주름’주름이 일정하게 잡히거나 넓은 주름이 서너개 들어간 것이 눈길을 끈다. 길이는 대부분 무릎길이 이상으로 길어졌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