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12일(현지시간) 미 상원의 탄핵표결을 끝으로 1년여만에 막을 내렸다. 상원은 이날 오전(한국시간 13일 새벽) 위증과 사법방해 등 두가지 혐의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상원의 표결결과가 발표된 뒤 성명을 발표, 성추문 사건으로 미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데 대해 사과하고 남은 임기중 국정에 더욱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힐 예정이다.
과연 탄핵재판 종결은 미 정계의 화합으로 이어질 것인가. 섹스 스캔들은 백악관과 공화당 사이에 메우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감정의 골을 남겨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표결전인 11일 뉴욕타임스지에 보도된 기사가 공화당의원들을 자극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백악관 보좌진들의 말을 인용해 “클린턴 대통령은 불필요하게 재판을 질질 끌면서 자신에게 씻을 수 없은 상처를 입힌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클린턴 대통령이 특히 자신의 고향인 아칸소주 출신으로 소추팀에 가담한 애서 허친슨 의원을 낙선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작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마치 탄핵재판이 끝나자마자 클린턴 대통령의 선전포고가 시작될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기사였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즉각 탄핵재판에 영향을 미쳐 전날까지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던 공화당의 고든 스미스 상원의원이 찬성쪽으로 돌아섰다.
트렌트 로트 공화당 상원원내총무는 “탄핵재판의 끝을 복수의 시작으로 간주하는 불쾌한 작태”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고 공화당 소추팀의 크리스토퍼 캐넌 의원은 “또다른 권력남용”이라고 규탄했다. “클린턴이라는 이름은 이제 거짓말쟁이의 대명사로 사전에 남게 됐다”(로버트 베넷 상원의원·공화)라는 격렬한 비난도 나왔다.
백악관은 “우리가 그렇게 노골적으로 개인적인 원한을 내세울 만큼 멍청한지 아느냐”(조 록하트 대변인)고 보도를 부인했지만 이날 워싱턴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을 앞날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지는 일시적으로 공화 민주 양당이 초당파적 협력을 다짐하겠지만 클린턴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대치국면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2000년 대통령 및 의회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노인연금과 세금감면 등의 민생현안을 추진하면서 공화당과 타협할 까닭이 별로 없다는 게 첫번째 이유.
공화당도 클린턴을 끝까지 ‘악마의 화신’으로 몰아붙여 2000년 대선에 나설 앨 고어 부통령에게까지 상처를 입히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양당의 화합이 쉽지 않다는 것.
그러나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공화당과의 타협없이는 노인연금의 확충과 의료 복지 교육 등에서 업적을 남길 수 없기 때문에 화해를 시도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또 탄핵재판 조기종결을 원하는 여론을 등져온 공화당도 이미지 개선을 위해 타협을 추구할 가능성은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