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 건강해질 수 있다면 전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아우야. 널 봐서라도 내가 살아야 하는데….”
설을 며칠 앞둔 12일 오후 서울 중부경찰서 외사계. 두 손을 맞잡은 형 권은상(權殷相·44)경장과 동생 홍상(洪相·31·서울 동숭파출소)순경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서울 중부경찰서 외사계에 근무하고 있는 형 권경장은 5년 전부터 만성간염을 앓아왔다. 그러나 계속되는 격무 속에 잠시라도 마음 편하게 쉴 수 없는 나날이 계속됐다. 권경장은 8일 병원측으로부터 “간암 1기로 이식수술을 받지 않으면 가망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일찍 부모님을 여읜 뒤 부모나 다름없던 큰형의 딱한 소식을 전해들은 홍상씨가 형의 손목을 끌고 병원을 찾아 조직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 “동생의 간을 절반 잘라 형에게 이식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는 희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수술비와 치료비가 2억원이 넘는다는 병원측의 설명에 형제는 다시 한번 깊은 절망감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권경장은 “새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생은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겠다”며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