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이 마무리됨으로써 미 정가는 일단 평상을 회복했다.
클린턴대통령과 그의 방패막이가 됐던 민주당의원은 물론 탄핵을 추진했던 공화당의원까지 모두 ‘초당파적 협력과 국정 복귀’를 합창했다.
그러나 탄핵정국을 거치며 백악관과 공화당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게 패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상당기간 냉각기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공화당의 실력자인 톰 들레이 하원 원내수석부총무는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어떤 말도 이제는 믿을 수 없다”고 공화당의 향후 대응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사석에서 “공화당이 스탈린과 같은 독재를 저지르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공화당은 과반수에도 못미치는 찬성표를 얻는 데 그침으로써 내년 선거에서 의회를 민주당에 넘겨줄 가능성이 커졌다. 미 정가에서는 벌써 민주당이 공화당의 ‘피냄새’를 맡고 있다는 비유마저 나오고 있다.
이번 재판은 또 대통령 개인의 비행은 탄핵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다른 의미에서 의회의 탄핵권 행사에 중대한 제동이 걸리게 됐다.
○…탄핵재판은 12일 정오(한국시간 13일 새벽2시)가 조금 지나 재판장을 맡은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개회선언으로 시작.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탄핵사유 제1항인 연방대배심 위증혐의를 낭독시킨 뒤 곧바로 표결개시를 선언. 40분간에 걸친 탄핵안 표결이 끝나자 렌퀴스트대법원장은 곧바로 클린턴대통령의 무죄확정을 선언.
탄핵안이 부결되자 탄핵 재판을 지켜보던 하원 탄핵소추팀 의원 13명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황급히 밖으로 퇴장.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밥 바는 “화가 난 상원의원들이 그들(하원의원)을 내쫓기 전에 미리 알아서 빠져나간 것”이라고 일침.
○…이날 상원의 분위기는 ‘지루한 탄핵’이 끝나간다는 생각때문인지 줄곧 명랑한 분위기였다고 뉴욕타임스지가 보도.
일부 상원의원들은 탄핵재판을 위해 입장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에게 농담을 던져 탄핵안이 부결될 것임을 미리 시사하기도 했다고.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