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월에 도입할 예정이던 기업연금의 실시시기가 원금보장 문제를 둘러싼 금융감독원과 금융기관의 입장이 크게 달라 예정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또 기업연금 운용수익에 대해 정부가 과세를 할 방침이어서 그만큼 수익이 줄어드는 사업주들이 새 제도를 기피할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기업연금은 사업주가 퇴직금의 전부나 일부를 은행보험 투자신탁사등의 퇴직상품에 맡기는 새로운 제도로 돈을 받는 주체가 종업원이어서 기업이 망해도 퇴직금을 떼일 염려가 없다. 기업연금 시장은 50조원대로 추산된다.
금감원은 기업연금의 원금보장을 약관에 명문화하라고 금융기관에 요구하고 지난 12일까지 약관을 승인할 계획이었으나 금융기관들이 약관 제출을 미뤄 무산됐다고 17일 밝혔다.
주로 투신사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사업주로부터 돈을 받아 시가평가가 적용되는 채권에 운용하면 일시적으로 원금보다 적어질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업주들이 기존 계약을 해약하고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다른 금융기관으로 계약을 옮기면 이 때 모자라는 돈은 원래 금융기관이 물어줘야 한다.
금융기관들은 대안으로 영업양수도나 파산 등 기업이 유지되기 어려워 종업원들의 퇴직금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에만 원금을 보장해주도록 범위를 좁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은 “근로기준법이 기업연금의 원금보장을 규정하고 있어 금융기관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진기자〉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