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장악하다시피 한 쇼 프로그램이 10대들의 취향을 대변하듯 한 세대 전에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극장 쇼’가 있었다.
60, 70년대 명절 때만 되면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렸던 극장쇼는 춤과 노래 만담 촌극이 뒤섞인 이른바 ‘버라이어티 쇼’. 설날특집으로 마련된 ‘그 시절 그 쇼’는 이 추억의 극장쇼를 재연한 프로그램.
지난해 방송된 이후 다시 무대를 마련해 달라는 40,50대의 폭발적인 요청이 있었고 녹화 예고가 나가자마자 방청석 예약이 순식간에 끝나버릴 정도로 열기는 대단했다.
50대 이후의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장수 프로그램인 ‘가요무대’(KBS1)가 어려웠던 시절의 아련한 추억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면 ‘그 시절 그 쇼’는 지금의 장년 세대가 젊었던 시절 최고의 오락거리였던 극장쇼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왔다.
요즘의 TV 쇼 프로그램에 길들여진 눈으로 보자면 총천연색 의상과 괜히 때리고 넘어지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좀 유치하기까지 하지만 해설자 김동건의 말처럼 “어려웠던 시절의 유일한 낙”이었던 극장쇼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되살아난 무대였다.
쇼 진행에다 약방의 감초 역할까지 톡톡히 해낸 권철호 김인수 콤비와 스리보이 김세레나 체리보이 배삼룡 이주일 등 왕년 극장쇼 스타들의 녹이 슬지 않은 무대 장악력도 돋보였다.
주현미 이주일이 진행한 후반부의 촌극이 다소 거칠긴 했지만 전쟁과 어려웠던 셋방살이를 겪으며 살아야 했던 세대에게는 지난날의 아련한 향수를 일깨워 주고 젊은 세대들은 그 시대 사회상의 한 단면을 읽어낼 수 있었던 프로그램.
흘러간 시대는 대개 애틋한 추억속에 미화되기 마련. 이 때문에 복고풍의 TV프로그램은 적잖이 현실도피라는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한판 신명나게 노는 1시간반이 고단한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의 애환과 향수를 달래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공영방송이 도전해볼 만한 가치있는 시도가 아닐까.
특히나 10대 취향의 쇼 프로그램이 TV의 황금시간대를 점령하다시피 한 요즘에는 더욱 더.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