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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한국어선 나포?]中과 분쟁서 유리한 고지 선점 의도

입력 | 1999-02-17 19:42:00


일본이 설 연휴중 한국 어선을 잇따라 나포한 것은 국제관례를 무시한 불법행위의 성격이 짙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 정부가 중일 잠정조치수역에서 벌어지는 일본 순시선의 나포행위를 문제삼으면 자칫 한중일 3국간 외교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측의 이번 한국어선 나포행위에는 중국과의 댜오위타이(釣魚臺) 영유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댜오위타이는 사람이 살지않는 돌섬에 불과하지만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한일간 독도(獨島)처럼 중일간의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있다.

일본이 중국과 배타적경제수역(EEZ) 조업협상에서 나포 수역에 대한 기득권을 인정받기 위해 한국 어선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선양호와 우정호 나포는 지금까지 종종 발생한 어선 나포와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일본이 한일 양국의 EEZ에서의 상호조업이 시작되기 직전에 ‘무례’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과거 일본의 한국어선 나포는 자국 영해나 EEZ를 허가없이 침범한데 따른 자위권 행사로 인정할 측면도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국제법상 전혀 근거가 없는 행위라는 것이다.

19일로 예정된 양국 어선의 EEZ 조업을 불과 나흘과 이틀 앞두고 잇따라 나포한 일본측의 시점 선택도 우리측의 분노를 자극한다.

선양호와 우정호가 나포된 곳은 중국과 일본의 EEZ가 겹치는 중일 잠정조치수역으로 두 나라중 어느 한쪽도 일방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해역이다.

일본은 자국 EEZ의 외국선박 조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중국은 단속을 유보중인 상태.

이에 따라 중국과 어업협상을 진행중인 한국 정부는 잠정조치수역에 가상 중간선을 설정해 한국 어선들이 중국 EEZ에 해당하는 서쪽 수역에서만 어로 활동을 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중일잠정조치 수역에서는 안강망 저인망 통발 등 한국 어선 3백여척이 고기를 잡고 있다.

선양호와 우정호도 이같은 정부 지침에 따라 가상중간선 서쪽에서 조업하다 일본 순시선에 나포됐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