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의 명절인 16일 춘절(春節)아침. 주룽지(朱鎔基)중국총리 일행이 탄 승용차가 중국 중부지역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중심가에 멈췄다. 차에서 내린 주총리가 네거리에서 교통정리중인 경찰관에게 다가갔다. “춘절에 일하느라 고생이 많군요.” 주총리는 뜻밖의 총리출현에 어쩔줄 모르는 교통경찰의 등을 토닥거린 뒤 다시 떠났다.
이어 주총리가 찾아간 곳은 우한시내에서 40여㎞ 떨어진 자위(嘉魚)현 파이저우만. 지난해 여름 양쯔(揚子)강 주제방이 무너져 수천명의 이재민과 함께 적지 않은 인명피해를 낸 곳이다. 주총리가 임시로 지은 이재민촌으로 들어서자 순식간에 수천명의 주민이 몰려들었다.
주민들은 “총리를 환영합니다”는 등의 말로 총리를 반겼고 일부 주민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주총리는 밀려드는 주민들과 쉴새없이 악수하며 “주허신녠(祝賀新年)”이라고 새해인사를 건넸다.
이재민 가정 두곳을 방문한 주총리는 “여러분이 잘 지내고 있는 것을 눈으로 보니 정말 기쁘다. 장쩌민(江澤民)주석 이하 중앙에서 모두 관심을 갖고 있으니 겨울 나는 것 걱정말라”며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구석구석 살폈다.
이재민촌 방문에 앞서 주총리는 하루전인 15일 우한에 도착해 명절에도 귀향하지 못하고 근무중인 공장근로자들과 정리해고된 샤강(下崗)노동자들을 만났다.주총리는 실직노동자들에게 “국유기업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인원감축이 불가피했다”며 “정부가 온갖 수단을 다해 기본생활을 보장하고 재취업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다독거렸다. 또 지난해 대홍수때 희생된 군인들의 유가족도 만나 따뜻한 위로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주총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어렵게,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에 대한 진실어린 위로가 담겨 있었다.
황의봉heb86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