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는 그의 유명한 저서 인구론에서 빈곤과 악덕의 근원이 과잉인구에 있다고 주장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식량 사이의 불균형이 결국 사회악을 낳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맬서스 이론은 학자들의 사회 경제현상 분석에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론이 전혀 적용 안되는 곳이 있다.
▽북한은 인구가 감소하는데도 빈곤과 기근이 더욱 극심하다. 과잉인구때문에 빈곤과 기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근과 빈곤때문에 오히려 인구가 줄어드는 기현상이다. 관계당국이 입수한 북한 사회안전성의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인구는 95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2백50만명 내지 3백만명이 줄었다. 한 도(道)에 평균 25만명에서 30만명의 인구가 감소한 셈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의 한 하원의원은 북한 주민에게 배급되는 대용식량을 한 가방 넣어 온 일이 있다. 마른 나뭇잎과 밀짚을 찧어 만든 국수종류였다. 이 하원의원은 오죽했으면 기자들에게 소도 등을 돌릴 먹을거리라고 했을까. 더구나 오지에는 그런 대용식량마저 분배할 행정능력이 없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굶어죽는 사람의 통계조차 제대로 잡힐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16일 거행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57회 생일 축하행사는 여전히 예년처럼 화려했던 모양이다. 외신은 북한이 이 행사에 9천만달러를 쓸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지난해보다 행사비가 4천만달러나 더 는 액수라니 말문이 막힌다. 9천만달러면 옥수수 약 70만t을 수입할 수 있는 돈이다. 북한의 인구가 더 이상 줄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우선 북한 통치자들이 깊이 깨우쳐야 한다.
〈남찬순 논설위원〉chans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