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만수2동에 사는 김선봉(金善鳳·32)씨는 요즘 가슴이 바싹바싹 탄다.
아내 구은정(具殷姃·29)씨의 백혈병이 또다시 재발하기 전에 자가골수이식수술을 받도록 해야 하는데 수술비 2천만원을 구할 수 없어서다.
병간호를 위해 이미 산동네 집도 팔고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둔 상태. 그는 의료보험료 할인혜택을 받기위해 ‘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가 됐다.
돈이 없어 결혼식도 못치르고 91년 결혼한 아내는 막내며느리로 들어와 병든 시부모를 모시며 아들을 둘이나 낳아 키웠다. 상고를 나와 직장을 다니던 아내는 시부모를 모시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지만 언제나 밝은 웃음만은 잃지않았다.
그런 아내가 96년 11월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 천식환자인 아버지, 담낭암 말기환자였던 어머니와 함께 아내도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다음해 3월 부모가 연달아 돌아가신 뒤 아내는 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남편에게 짐이 될 수는 없다며.
김씨는 그런 아내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이후 아내의 항암치료는 효과를 보는 듯했지만 올해 2월 병이 재발하고 말았다. 의사는 골수로 병균이 침범하지 않았을 때 아내의 골수를 빼두었다가 재이식하지 않으면 회생가망이 없다고 말했다.
“아내는 입원비가 없어 응급실에서 항암주사를 맞으며 통원치료하느라 녹초가 돼도 미소만은 잃지않아요.”
뇌에 다시 백혈구가 이상증식하기 시작한 아내를 붙잡기 위해 김씨는 오늘도 뛰고 있다. 032―463―9503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