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이른바 미결수는 구치소나 교도소 밖에서 수의(囚衣)대신 사복을 입을 수 있게 된다. 미결수가 수의를 입는 것은 일제잔재이며 ‘무죄 추정’원칙과도 상충된다는 재야 법조계와 시민단체의 주장이 마침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에 따라 미결수가 법정에 출두하거나 청문회에 출석하는 등 구치소나 교도소 밖으로 나갈 때 사복을 입게 된다. 법무부는 그동안 사복을 입혀야 한다는 주장을 수긍하면서도 갈아입을 사복을 마련하고 이를 관리하는 데 따른 예산과 인원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이 제도의 도입을 꺼려왔다.
박상천(朴相千)법무부장관은 18일 이같은 내용의 ‘법무부 99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인권침해의 소지를 없애는 차원에서 미결수의 사복착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실시시기에 대해 “올해 6월 이내에 시범 실시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하반기에 전면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또 현재 공무원의 직권남용 및 폭행 사건과 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해서만 가능한 ‘재정신청’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공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부당하게 불기소한 사안에 대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해 재판을 받도록 하는 재정신청 대상 범죄의 범위를 넓히기로 한 것.
법무부는 형사법 개정심의위원회에서 재정신청의 대상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재정신청은 공무원의 직권남용과 불법체포 감금 가혹행위 등과 선거법 위반사건에 한하도록 되어 있다.
법무부는 노사관계법상 노사협의 절차를 실질적으로 활용해 근로자와 사용자가 충분히 협의해 분규를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불법적인 노사분규와 근로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2002년 민영교도소를 설립 운영한다는 계획에 따라 올해 민영교도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로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통상법률지원단을 구성해 경제회생을 위한 법률지원을 할 방침이다.
한편 박장관은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에 대해 “현재 여론조사를 실시중이며 조사결과에 따라 개폐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