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지내던 선배와 함께 야생동물보호활동을 시작한 것이 어느덧 6년째. 별 생각없이 우연히 뛰어들었다 뒤늦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란 목표를 세운 경우였다.
가끔 사람들은 “동물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믿고 그 조화로운 삶을 위해 일할 뿐이다”고 대답한다.
처음에는 2.5평도 안되는 사무실에서 선배와 함께 외국의 동물 구조(救助)관련 자료를 수집하며 시작한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구조단’ 활동으로 발전했다.
그때부터 동물구조라는 용어가 대중에게 알려졌고 동물구조 체계확립에도 밑거름이 됐다. 또 동물보호활동 보고서를 작성해 외국동물보호단체에 지속적으로 보내고 그들과 연계해 활동하면서 한국의 동물보호에 대한 외국 언론의 편파적 비방이 줄어든 것도 작은 보람이다.
초기에는 차량 1대를 마련해 신고가 오면 하루 2∼3회 출동했다. 부상당한 동물보살피기, 전화상담, 청소 등 서너시간 잠자는 것을 빼고는 일에만 매달렸다. 8개월쯤 지나자 고비가 왔다. 과로로 인한 ‘급성간염’에 걸렸던 것. 바쁜 탓에 입원도 못하고 낮에 일하고 밤에 주사를 맞고 잠드는 생활. ‘내가 원하는 생활이 이게 아닌데’라는 회의가 들었고 당장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몸이 나아지면서 다시 일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흘러 전문구조요원을 양성하고 우리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동물구조단은 자리를 잡게 됐다. 늘어나는 구조신고 요청에 바빠졌고 그만큼 경비도 많이 들어갔다. 차량 2대에 전문구조요원 2명을 24시간 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정말 힘에 부쳤다. 요즘엔 회원들과 기업에서 도와주는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동물보호문제와 관련해 나는 소수의 동물보호론자가 아닌, 사회와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몇년전부터 야생고양이가 급증해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지적됐지만 동물보호론자들의 반대 때문에 아무도 문제해결에 나서지 못했다. ‘사회에 대한 직무유기’라는 생각에 야생고양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작업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래서 때론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더 큰 비용이 들고 피해만 증가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작년부터는 야생동물 밀거래조사단을 운영하면서 지방에서 보내는 날이 더 많다. 우리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보다 야생동물 숫자는 크게 줄었고 몇년 후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사회는 야생동물보호에서 가장 우선해야할 인위적 위협요소제거에 대해 관심이 없다. 수백억원을 들여도 멸종된 동물은 복원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야생동물 밀렵과 밀거래는 줄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부모님께는 제대로 자식노릇을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부끄럽다. 청소년기 불량학생으로 말썽을 부렸고 커서는 용돈 한번 드리거나 좋은 곳 한번 구경시켜드리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결국 내가 하는 일들이 온 몸을 바쳐도 모자란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야생동물이 이 땅에서 사라지는 것을 그냥 눈감고 있을 수는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생물자원을 보호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장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