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 거리 전체가 한국영화 포스터로 뒤덮였다.
경쟁부문에 못지않게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젊은 영화인들을 위한 포럼’의 공식포스터 소재로 우리나라 코믹 잔혹극 ‘조용한 가족’(감독 김지운)이 선정됐기 때문.
이 포스터는 영포럼의 주상영관인 델피극장에 대형 간판으로 걸렸고,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의 주 상영관인 조 팔라스트극장 앞을 비롯, 거리 곳곳의 포스터와 영포럼 영화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수많은 전단에 실렸다.
덕분에 ‘조용한 가족’은 3회 상영이 전부 매진되고 감독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델피극장에서는 상영시간이 자정이었음에도 관객이 1천여석을 가득 메웠다. 한국적 유머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관객들은 대사 한마디 한마디마다 폭소와 박수를 보냈다.
영화를 마친 후 감독과의 질문 대답 순서에서도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북한 무장공비의 시체를 놓고 등장인물들이 보이는 반응은 분단상황에서 남한 사회의 공포의 실체와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 “주류 사회에 대한 비주류의 강박관념을 코믹하게 표현한 것 아니냐”등 사회 정치적인 함의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
김지운감독은 “‘조용한 가족’의 음산하고도 코믹한 분위기가 미국보다는 유럽쪽의 웃음 코드에 맞아 좋은 평가를 받은 것같다”고 말했다.
한편 파노라마 부문에는 김기덕감독의 ‘파란대문’이 개막작으로 상영됐으며 ‘8월의 크리스마스’ ‘닥터K’ 등도 유럽 필름 마켓에서 상영돼 활발한 해외판매 상담을 벌였다.
〈베를린〓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