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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美달러貨 공식통화 채택방안 본격 추진

입력 | 1999-02-21 18:42:00


아르헨티나가 미국 달러화를 공식통화로 채택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미 공무원의 봉급지불과 세금납부에 달러화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는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의 최근 지시에 따른 것. 메넴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 “브라질처럼 평가절하로 인한 금융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아예 달러화를 법정통화로 삼아야 한다”며 검토지시를 내렸다.

아르헨티나는 91년부터 ‘1달러〓1페소’로 화폐가치를 묶고 태환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연 5,000%가 넘는 인플레를 잡았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선 달러화가 페소화와 함께 시중에서 자유롭게 유통된다. 국내 금융거래의 절반 이상을 달러로 하고 있어 달러 공용화의 기반은 상당히 갖춰진 셈.

그러나 달러를 법정통화로 할 경우 미국의 협조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 국민이 소유한 모든 페소화를 달러로 바꿔주려면 엄청난 달러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페소화로 발행된 국채를 달러화로 갚아주는 것도 쉽지 않다.

이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아르헨티나는 미국과의 협의도 시작했다. 로케 페르난데스 경제장관은 16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관계자를 만나 달러화 사용문제를 협의했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는 아직 유보적이다. 로렌스 서머즈 미 재무부 부장관은 상원 재무위에서 “달러화 도입이 아르헨티나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증언하기는 했으나 적극적인 지지는 보내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민 사이에도 반대의견이 많다. 야당연합은 “달러화 도입은 경제주권의 포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도 달러화 도입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의 근본적 문제점은 ‘경쟁력 부족’이며 이를 통화정책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난센스라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이들은 재정 및 무역적자의 해소, 민관부문의 구조조정 등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주권국가로서 타국화폐를 법정통화로 사용하는 사례는 파나마가 있다. 파나마에는 자국화폐가 아예 없으며 중앙은행도 없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