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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형의 세상보기]고정틀을 깨면 부부애가 절로

입력 | 1999-02-21 18:42:00


올해초 우리나라 20, 30대 1천명에게 집안에서 남자가 분담해야 할 가사의 종류를 물었더니 남자응답자의 67%가 청소, 58%가 설겆이, 46%가 빨래와 식사준비를 들었다.

젊은 남편 중 상당수는 전통적으로 아내몫인 가사를 분담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몇년전 일본 경제기획청에서 도쿄거주자 1천7백3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남자응답자의 44%가 ‘남편도 가사를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다’는데 동의. 우리나라 남편들이 훨씬 가사에 협조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사분담에서 남편과 아내 사이에 의견차가 현격한 것은 ‘아이돌보기’. 아내의 77%가 육아를 남자도 분담할 가사로 생각하나 남편들은 50%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얼마전 6세이하 아이를 둔 주부 1천명에게 남편의 육아분담 정도를 1백점 만점으로 평가해 보라고 했더니 평균 56점을 주었다. 우리에겐 아직 육아는 여성적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

어떤 행위가 여성적인지, 남성적인지는 사회마다 다른다. 네덜란드에서는 간호사의 상당수가 남성이고 파티스탄에는 여성보다 남성타자수가 많다고 한다.

육아에 있어 성역할을 따지기 전에 어느 행위가 더 인간적인가를 생각해 보자. 한밤중에 아이의 울음소리에 곤한 잠이 깨 서로 상대방이 일어나 돌봐줬으면 하고 눈치를 보는 순간, 남편이 살며시 일어나 아이를 돌봐주면 아내는 잠든 척 하지만 남편에게 한없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낀다.

노규형(리서치 앤 리서치·R&R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