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일을 잘 도와야 한다고 배운 지원(10·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슨 일을 해야 엄마가 기뻐하실까? ‘바로 그거야!’
지원이는 얼마 전 엄마가 ‘창고를 청소해야 한다’고 혼잣말 하신 것을 기억해냈다. 여름에 쓰던 선풍기, 어렸을 때 갖고 놀던 장난감….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다. 기쁨도 잠시.
“지원아, 어딨니?”
엄마의 목소리. 대답이 없자 엄마는 집안 여기저기를 살펴보다가 “아니, 너 지금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니. 또 무슨 말썽을 피우려고 그래?”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풀이 죽은 지원이는 ‘난 어쩔 수 없는 말썽꾸러기’라고 자조했다.
중앙대 유아교육학과 이원영교수는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영향을 준다”며 “이는 유아기 뇌의 특성상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교수는 △석두(石頭) △무자식 상팔자 △공부해서 남주냐 △밥 먹여줘, 옷 입혀줘, 재워줘, 뭐가 부족해서 넌 못하니 등은 특히 삼가야 할 말이라고 충고.
인터넷 상담소 ‘Childpia’에서 유아 독서 상담을 하고 있는 김주의씨(29)는 최근 부모가 조심해야 할 말과 행동을 모아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101가지 말과 행동’(한울림)을 냈다. 부모가 조심해야 할 대표적인 말들.
△쓸모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좀 배워라 배워 △어디서 말대꾸야 △심부름 하나 제대로 못하니? △주제에 뭘 안다고 나서니? △우리 애는 아직 철이 없어요 △정말 구제 불능이야 △이것밖에 못하니?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릴 하는 거야 △이 바보야, 이것도 몰라.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