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도사’ 박희상(27·대한항공).
도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배구에 관한 한 어느덧 경지에 이른 그도 어릴 때는 심각하게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명랑했지만 ‘가난이 죄’였다.
중학교 때는 시계 도둑으로 몰린 적도 있었다. 물론 나중에 누명을 벗었지만 가난한 학생이 구김살 없이 운동을 잘한다는 게 ‘왕따’를 당한 이유였다.
이처럼 설움을 많이 당한 그이기에 이해심있고 남을 위하는 마음 씀씀이가 특별하다.
두 형이 어려움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성공한 것도 그의 뒷받침이 크게 작용했다.
그의 이런 성격은 코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팀의 주포로서 공격은 물론이고 서브리시브와 수비 등 궂은 일도 도맡아 한다.
‘만능 재주꾼’ 박희상의 활약은 99배구슈퍼리그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매세트 랠리포인트제가 채택되면서 ‘배구도사’의 진가가 나타나고 있는 것.
22일 현재 22경기에 출전한 그는 공격 종합랭킹 4위(3백2득점), 서브리시브 2위(퍼펙트 4백80개), 공격리시브 7위(퍼펙트 34개), 서브 4위(8득점) 등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그의 맹활약으로 대한항공은 86년 팀창단 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24일부터 삼성화재와 우승컵을 놓고 맞붙게 된 것.
인하대 사대부고와 인하대를 거쳐 93년 대한항공에 입단한 그는 대한항공 입단과 동시에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스타플레이어로서의 길을 달려왔다.
1m90,83㎏으로 공격수로는 다소 작은 체격이지만 뛰어난 점프력과 다양한 기술로 대표팀에서 6년간 흔들림이 없다.
박희상은 의사가 “당장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양쪽 무릎 상태가 안좋지만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온몸을 던질 각오.
이번 대회 후 상무에 입대하는 그는 “소속팀을 위해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