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개혁 없이 한국의 미래는 없다’.
시민단체가 정부의 재벌개혁 1년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재벌개혁의 당위성을 이론적으로 제시했다. 시민운동을 주도해온 참여연대 내 참여사회연구소가 재벌의 폐해, 정부의 재벌개혁 평가, 재벌개혁의 이론적 방안 등을 담아 펴낸 ‘한국 재벌 개혁론’(나남출판).
참여사회연구소장인 김대환 인하대교수, 소액주주운동을 이끌어온 장하성 고려대교수 등 소장 경제 경영 언론학자 15명으로 구성된 필자들은 “지금의 정부 정책은 재벌의 해체보다는 오히려 재벌체제의 안정화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사회의 총체적 개혁 차원에서 재벌 개혁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기업 구조조정 차원에 머물고 있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이 책은 국제통화기금(IMF)시대, 가장 절박한 과제는 재벌 개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재벌이라는 것이 단순히 경제영역에만 영향을 끼치는게 아니라 사회 전체 시스템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재벌체제는 경제력 집중을 가져와 경제 효율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정경유착과 여론 왜곡 등으로 이어져 결국 민주주의의 걸림돌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기존 재벌개혁론 논의와 이 책의 차이점은 재벌문제를 경제문제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문화 전반의 문제로 확대시킨 것.
필자중 한명인 김균 고려대교수는 “재벌의 폐해가 경제 정치분야를 넘어 언론지배까지 뻗쳐 문화를 왜곡시킨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필자들은 이 책에서 재벌 개혁은 재벌체제의 해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혁을 정부에만 맡기지 않고 시민단체들이 개입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핵심 주장. 시민단체가 나서서 재벌체제에 익숙한 우리의 의식과 일상을 허물고 재벌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다양한 운동을 전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소액주주운동을 비롯해 재벌 경영을 감시하는 노동운동, 재벌의 환경 오염을 고발할 수 있는 환경운동 등.
이 책을 펴낸 참여사회연구소는 지난해 이미 ‘참여민주주의와 한국사회’(창작과비평사)와 ‘우리가 바로 잡아야 할 39가지 개혁 과제’(푸른숲)를 펴내 각 분야별 개혁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들 책이 시민운동과 사회개혁에 관한 총론격이었다면 이번의 ‘한국 재벌 개혁론’은 각론의 성격을 갖춘 실천서로 평가받고 있다.‘한국재벌개혁론’ 15,000원. ‘참여민주주의와 한국사회’ 13,000원.‘…39가지 개혁과제’ 18,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