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두곳에서 개최된 방송개혁 공청회에서 방송개혁위원회(위원장 강원용·姜元龍)가 지난주 발표한 개혁안 중 TV수신료 인상과 KBS 2TV 광고 폐지안, 전기요금에 통합해서 강제로 걷는 징수방식에 대해 학계와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개혁위 2차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선 안정임(安正任)서울여대교수는 “KBS의 경영합리화와 구조조정에 앞서 수신료를 대폭 인상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일”이라고 지적했다.
안교수는 지난해 감사원 자료를 인용해 “KBS 대졸신입사원 연봉이 3천3백80만원으로 대기업 10년 근속자보다 많고 KBS 10년 근속자의 연봉은 대기업 20년 근속자보다 많다”며 우선 경영합리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합리화 대신 수신료 인상을 우선하는 것은 KBS경영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홍기선(洪起宣)고려대교수도 ‘선 개혁 후 인상’을 주장하면서 “국회 또는 방송위원회가 KBS의 객관적인 재정수요를 정확히 판단한 뒤 수신료 인상의 폭과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 종로구 종로2가 YMCA에서 ‘수신료 인상, 방송개혁의 우선과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정용준(鄭溶俊)전북대교수는 “수신료를 인상하려면 국민의 유일한 견제장치인 수신료 납부 거부가 가능하게끔 전기요금과의 통합징수제도를 푸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교수는 “일본NHK가 높은 징수비용,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방문징수를 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존립근거가 국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 시청자 연대회의 등 시민단체들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KBS의 프로그램 개혁과 구조조정 없이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다면 법적 대응과 함께 제2의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송개혁위는 이에 앞서 현재 2천5백원인 수신료를 인상하되 KBS 2TV의 광고를 폐지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새로 조정되는 수신료는 4천∼5천원이 유력시되고 있다.
〈조헌주·이승헌기자〉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