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확대실시 파문을 계기로 정부와 여당간 불신과 정책조율의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난맥상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및 정치인 장관을 중심으로 한 권력상층부와 기성 관료사회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채 갈등양상을 빚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 정권의 국정운영이 당정간, 공동여당간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아니라 몇몇 핵심인사들에 의해 주도돼온 결과라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정책의 수립과 시행이 충분한 사전협의나 준비없이 졸속으로 이뤄져 당초의 방침을 번복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이 때문에 김대통령이 다음달 9일 임시국회가 끝난 뒤 개각을 단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 파문과 관련해 김모임(金慕妊)보건복지부장관을 강하게 질타하고 관계공무원의 문책을 지시했다.
김대통령은 “국민연금은 진실로 필요한 제도이나 국민은 칭찬은 커녕 비난만 하고 있어 정부가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며 “보건복지부장관은 마땅히 국무회의에 실정을 알리고 의견을 구했어야 하는데 끝까지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질책했다.
김대통령은 또 “국무회의는 법안통과 요식행위 장소가 아니며 중요한 안건조차 국무회의에 안넘기는 것은 권위주의정권의 형식적인 국무회의와 다를 바 없다”면서 “국민연금 실정을 보고하고 마땅히 관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회의도 이날 총재단회의에서 국민연금파문 등에 대해 “새 정부 들어 나타나는 관료들의 정책실수와 함께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는 권위주의시대 관료주의 행태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회의에서는 연금관리공단의 차원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차관과 실무선의 과오도 가려내야 한다는 강경론이 주를 이뤘다.
국민회의는 이와 함께 한자병용 추진파문과 교원정년단축논란에 관해서도 “당과 사전협의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바람에 부작용만 양산하고 정부의 신뢰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23일 김종필(金鍾泌)총리 주재로 열리는 양당 국정협의회에서 국민연금파문에 따른 관련자들의 문책문제를 공식적 논의하기로 하고 문책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료들은 자성론속에서도 장관 등 지도부의 미숙한 대처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어 관료사회와 현 정권 주체세력간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