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국민회의가 22일 한 목소리로 관료주의를 성토하고 나서 정 관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문제 농협업무감사 결과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김모임(金慕妊), 농림부 김성훈(金成勳)장관을 공개적으로 질타했고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국민회의 총재단회의에서도 내각에 대한 비난발언이 쏟아졌다.
심지어 국민회의에서는 최근 행정난맥과 관련, 의도적으로 실책을 내려는 고의성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같은 비난의 근저에는 현 집권세력의 관료사회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또 집권 1년이 지났는데도 쉬 장악되지 않는 관료집단에 대한 불신 불안감도 깔려 있다.
각종 개혁작업의 진행과정에서 이같은 불신과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으나 어차피 정권의 손발이 관료집단일 수밖에 없어 이를 참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확대실시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 너무나 부정적으로 나타나자 그동안 쌓여왔던 현 집권층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그동안 여권 핵심관계자들 중 상당수는 정치권 사정이 과거와 달리 어설프게 이뤄져 당초 의도와 달리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고 얘기해 왔다. 또 검찰조직에 의혹을 제기한 사람도 있었고 검찰개혁을 서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인사들도 있었다.
재벌 빅딜 등 경제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여권 핵심부 내에서 경제관료들의 보신주의가 많이 거론됐었다. 김대통령이 직접 관계장관들을 몇차례 불러 ‘퇴임 후 기업 덕 볼 생각 하지 말고 이 자리를 마지막으로 생각해 전력투구하라’고 독려하기도 했었다.
집권 1년간 관료사회의 변화에 대한 여권 핵심부의 평가도 극히 부정적이다. 한 여권 핵심관계자는 “집권초 관료들이 좀 움직이는 기미를 보이더니 다시 눈치만 본다”고 말했다. 자연 김대통령이 개혁을 외쳐봤자 행정일선으로 내려가면 ‘쇠 귀에 경읽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푸념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김대통령의 내각 질타가 부분개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