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협회(이사장 박석원 홍익대교수)에 바람잘 날이 없다. 최근 이사장 투표권을 둘러싸고 전국 각 지부(회)가 술렁거리는가하면 문인화과 신설문제로 잡음이 번지고 있다.
투표권 논쟁은 서울지역회원 6천9백명이 각각 한표를 행사하는 반면 지방 각 지부회원은 모두 6천7백24명인데도 대의원 2백14명만이 투표권을 갖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이 문제의 개선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박이사장은 당선후 이사회 통과까지 얻어냈으나 2월 이사회에서 돌연 시행을 연기시켰다. 지부회원에 대한 관리 방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
그러나 협회는 이미 지난해에 했어야할지 부회원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문인화과 신설도 박이사장의 공약이었지만 막상 시행에 들어서려 하자 이번에는 서예와 동양화과 부문에서 반발한다는 이유로 주춤거리고 있다.
이에따라 미술협회가 그동안 한국미술계의 발전보다 유력 인사들의 자리 싸움이나 이권 다툼을 벌이는 대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선거권 문제가 불거진 이유도 협회가 미술대전 입상이나 해외 전시회에 파견될 작가 추천 등을 좌우하기 때문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협회 간부진을 특정 학교 출신이 독점하고 있어 미술대전 등에 공정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문인화과 신설 문제도 자리 싸움의 양상으로 비치기는 마찬가지다.
박이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부회원의 선거권과 문인화과 신설 문제를 남은 임기 2년내에 해결하고 다른 잡음도 투명한 과정을 통해 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협회를 둘러싼 잡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직까지 문제 해결에 한걸음도 다가가지 못하고 시비만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단체의 모습치고는 볼썽사납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