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勞使政)위원회가 출범 1년 남짓만에 기구 자체가 와해되는 결정적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노총이 오늘 대의원대회를 열고 노사정위 탈퇴를 공식선언할 예정인데다 한국노총 역시 일방적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노사정위에 참여할 수 없다는 조건부 탈퇴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노사정위가 와해되어서는 안된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노사정위는 경제위기 극복과 국민대화합을 위한 사회협약기구로 출범했다. 그리고 각 경제주체들의 고통분담과 협력을 전제로 한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지금에 와서 노사정위의 중요한 참여주체인 노동계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사정위를 뛰쳐나간다면 국민적 합의와 대타협의 정신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양대 노총은 그동안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노동계만이 고통을 전담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약하다. 그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정에서 기업과 금융 공공부문은 말할 것도 없고 서민 가계들도 고통을 분담하고 감내해 왔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구조조정 즉각 중단과 정리해고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하고 착잡하다.
물론 노동계의 고충은 이해할 수 있다. 대량실업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5대그룹의 사업교환과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또 한번의 고용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올봄 대졸자 실업문제도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정리해고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정리해고제는 이미 노사정 합의의 바탕위에서 법제화까지 이루어졌다. 이를 폐지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정부가 노사정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는다는 노동계의 불신만해도 그렇다. 제1기 노사정위가 합의한 90여개 사항중 71개가 실천에 옮겨졌고 나머지 사항들도 추진중에 있다. 그동안 노동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교원노조 법제화는 이미 이루어졌으며 실직자 초기업단위 노조가입 허용문제와 민주노총의 합법화, 노사정위 위상강화 문제 등도 구체화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정부는 정리해고 최소화를 위해 근로시간 단축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고용안정협약 체결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양대 노총은 노사정위를 떠나서는 안된다. 노사정의 갈등과 이해대립도 결국은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 이 시점에서 노동계의 주도권 다툼을 위한 선명성 경쟁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사정위 탈퇴를 노동계 요구사항 관철의 지렛대로 삼아서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