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유인촌(49)이 평생을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연극전용극장을 지었다. 그의 꿈과 연기인생을 담아낼 극장 이름은 ‘유시어터’.
4월 중순 팬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1년반을 끌어온 공사를 마무리 하기에 분주하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자리잡은 극장 ‘유시어터’는 5층 복합건물로 1백여평 규모의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총 공사비는 30여억원으로 예상보다 6∼7억원을 초과했다. 현재 사는 집도 팔고 극장으로 옮겨야할 처지다. 그 바람에 건물 지상 공간은 상당부분 연습실과 극장운영사무실로 사용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유인촌은 일단 “앞뒤 안 재고 저질렀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게 꿈이다. 그 소박한 꿈을 더이상 미루다가는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이 들었다. 인기가 떨어진 뒤에 시작하기 보다 지금이 내가 살아왔던 인생을 완성할 수 있는 적기로 여기고 결심했다.”
부인 강혜경(40·중앙대 성악과 교수)씨는 “우리가 가진 돈을 모두 털어 남편이 평생 간직한 꿈에 쏟아 부은 셈”이라면서 “같은 예술을 하는 동반자로서 이해가 간다”고 말한다.
유인촌의 연극관은 그가 대표로 있는 극단 유의 작품 그대로다. 95년 창단 이래 극단 유는 ‘문제적 인간 연산’ ‘파우스트’ ‘홀스또메르’ ‘택시드리벌’ ‘리어왕’ ‘수전노’등을 무대에 올렸다. 모두가 무대와 관객이 한자리에 모여 인간 존재에 대해 근원적인 고민을 나누는 정극. 유인촌은 “연극은 시대를 비춰주는 거울”이라며 “연극을 할 때 때로 종교적인 느낌도 갖는다”고 말한다.
전용 극장을 가지려 한 데도 거창한 이유가 없다. 좋은 연극을 하기 위해서다.
특히 전용극장이 있는 극단의 장점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국내에서 연출가 김민기가 학전을, 임영웅이 산울림 극장을 운영하면서 작품성과 흥행을 조화시키고 있는 게 그런 예다. 그러나 유시어터처럼 배우가 극단과 극장운영까지 도맡아하는 경우는 외국에도 거의 없다. 유인촌은 “수지타산을 저울질하는 제작자와 작품성을 고민하는 배우는 삐걱댈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내 안의 이 모순을 어떻게 잘 풀어야할 지 고민”이라고 말한다.
유시어터가 있는 강남 지역은 연극인들의 숙원이다시피 한 곳이다. 구매력도 있고 문화에 대해 몹시 목말라하는 강남의 관객들이 대학로 소극장을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 실험극장이 들어섰다가 2년도 안돼 실패한 적이 있어 유시어터의 정착 여부는 한국 연극사에서 주목할만한 일로도 여겨진다.
개관을 앞둔 유시어터측의 전략은 고품위. 비좁은 소극장이 아니라 실내 분위기부터 30, 40대 관객이 만족할 만하게 꾸미고 극단 유의 브랜드 이미지를 갖춘 작품만을 올릴 계획이다.
유인촌은 “극장은 내 꿈을 펼치는 곳이지만 결국은 대중에게 돌려줘야 할 공간”이라며 “나중에는 공익단체에 기증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유시어터는 개관기념공연으로 4월16일∼5월30일 ‘햄릿’(연출 김아라)을 준비중이다. 유인촌이 햄릿역. 이어 뮤지컬 ‘카르멘’ ‘철안붓다’와 세익스피어 페스티벌, 밀레니엄 축제 등을 펼칠 예정이다. 02―3444―0651
〈허 엽기자〉heo@donga.com